인생 산수(傘壽)의 고개를 넘으며, 40년간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다.
30년을 넘도록 교단에서 조림학, 조경학을 강의하였으나 반복에 불과하였다. 자연에 관한 전공의 기초이론은 큰 변화가 없어 교과서에 의존할 뿐이었다.
정년 후, 다시 돌아보니 겉만 가르쳤음을 깨달았다. 나무가 지닌 기본조차도 똑바로 모르면서 아는 체하며 지나온 날들이 부끄럽다.
장자의 천도(天道) 편에 나오는 목수 윤편(輪扁) 이야기가 떠오른다.
학자가 저술한 책만 읽고 이야기 할 줄만 알았지 목수처럼 그 근본적인 깊이의 내용은 알지 못하고 강의하여 왔음을 뒤늦게 뉘우쳤다.
정년 후, 8년째 침엽수에 대한 암꽃, 수꽃을 관찰하며 종자를 따서 파종하고 발아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며, 자연의 기초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끝을 맺지 못하였으나 그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부족하지만 제자들과 침엽수를 사랑하는 사람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