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잘난 체한 적 없던 쥐에게 일어난 실화’다. 스페인 설화 ‘잘난 체하는 쥐’로부터 변주된 여러 버전의 이야기들 중 하나를 다시 쓴 것이다. 잘난 체하던 쥐에서 이번에는 잘난 체 안 하는 쥐로 바뀌었는데도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고양이는 잘난 체와는 상관없이 쥐를 잡아먹으니까. 소름이 돋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번역하는 동안 저 멀리 스페인의 옛이야기에서 내 경험과 꼭 닮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지만, 안도하게 되는 지점도 분명 있었다. 글 서사가 끝나고 마지막에 그림 서사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 책은 힘이 아주 세진다. 그림이 글을 부연하는 것이 아닌 글과 그림이 서사를 함께 완성해 나간다는 그림책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정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