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만의 가뭄으로 소양댐 상류에 물이 말랐다.
누구네 집 굴뚝이 아직 그대로 있다던데, 차마 가보지 못했던 그곳을 초겨울 한낮 서늘한 햇볕 받으며 찾아가 본다. 여기쯤이었을까. 기억속의 단발머리가 미소 짓는다.
산은 높았고 냇가로 가는 길은 아득했었지. 그 여름 아이들과 함께 먼지 펄펄 날리는 신작로 건너서 어른들 몰래 냇가로 갔었지. 쑥대밭을 지나면 예쁜 돌들이 지천인 그곳 동글동글 공기돌과 납작한 비석치기 돌 찾아 헤매다 지치면 서로 손깍지 끼고 여울 따라 강을 건넜지. 산딸기로 입술이 발개지고 넝쿨에 긁힌 손등 위로 개복숭아 털 따가워 비명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들던 그 날.
나, 여기에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