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본명은 문관규)
1998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영화평론)로 등단하였으며
『영화예술』을 통해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현)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
전) 한국영화학회 회장
저서로 『10인의 한국 영화 감독』(2004), 『예술영화는 없다』(2007), 『한국단편영화의 이해』(2007), 『한국독립영화 감독 연구』(2011), 『거장의 나무』(2021), 『동아시아 영화 정신의 무늬』(2024), 공저로 『관객없는 예술영화』(2017), 『부산영화사』(2021), 『부산영화촬영지답사기』(2021), 『동아시아영화의 네트워크와 상상력』(2023) 등이 있다.
취미는 산사 오솔길 산책과 영화촬영지 답사이며, 동아시아 영화의 장소성과 네트워크 그리고 몽타주에 관해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불교 영화와 인연은 우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출발점은 2000년 초 동국대 영화과 학과 사무실에 근무하던 후배를 통해 불교영화에 관한 연재 의뢰를 받았습니다. 제안한 곳은 이었으며 학과 조교를 통해 불교 영화평의 연재 제안을 받고 불쑥 수락하게 되어 불교 영화에 대한 졸문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19년 1월 이재형 국장님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마음을 가다듬고 연재를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연재하는 동안 2년 6개월은 매주 불교 영화를 한편 씩 감상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7매에서 15매 사이의 글을 집필하였습니다. 영화 감상의 재미와 글쓰기를 준비하는 작업은 고행과 수행의 경계선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영화의 프레임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동안 감독의 의도와 배우의 표정 그리고 자연의 이미지가 체현하는 불교적 세계와 수행자들의 대각을 향한 발걸음에서 발현하는 성스러운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감상의 시간이 지나면 부족한 모국어와 개울처럼 얕은 사유를 글로 푸는, 불교 영화 번역하는 일에 매달리는 시간이 고요하게 흘러갔습니다. 초기에는 연재할 때는 아마도 얼굴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던 공선림 기자님께서 청탁을 하였고 그분께 메일로 격주에 한 편씩 졸고를 보내드렸습니다. 2019년에는 송지희 기자와 김나영 기자에게 메일로 원고를 보내드리면서 한주 한주 필자의 소임을 해나갔습니다. 물론 전 과정은 법보신문 이재형 국장님의 배려와 관심 아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사가 너무 늦었지만 귀한 지면을 허락해주시고 졸고를 게재해주신 법보신문 관계자분과 졸문을 애독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집필하면서 불교 관련 자료를 주먹구구로 찾아보면서 불교의 개념을 더듬어 나갔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잘못 적용된 개념들이 가을 들판에 떨어져 있는 수북한 이삭들처럼 널려 있을 겁니다. 불교 전공자가 아닌 한계로 인해 불교에 대한 짧은 지식과 식견으로 불교가 아닌 불교 영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영화평론가의 한계와 게으름을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불교 영화에 관한 집필 이전과 이후에 양산의 통도사와 범어사를 틈나는 대로 찾아 산사길을 걸었습니다. 불교 영화에 대한 글을 다시 다듬는 시간은 통도사 금강계단 뒤 소나무 숲에 깃든 영기어린 푸르름과 자장암 마루에서 멀리 펼쳐진 영축산의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과 범어사 대성암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금정산의 아름다운 능선과 산에 우뚝 서있는 소나무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영화 프레임에 정박한 불교적 풍경과 한소식의 정취를 환기하고 호흡하면서 글에 스며들게 하려는 사소한 시도는 해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혹은 글을 다듬으면서 산사 순례와 불교 관련 경서 탐독은 영화와 불교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는 저의 발품이자 정신적 소요였습니다. 불교 관련 저술은 무비 스님의 『직지강설』, 『반야심경』, 『금강경 강의』, 그리고 김성철 교수의 『화엄경을 머금은 법성계의 구슬』, 해주 스님의 『법성계 강설』 그리고 월호 스님의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을 통해서 귀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서를 통해 사숙한 스승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필자는 영화학의 길에 접어든지 25년이 넘었습니다. 영화학의 길에서 불교 영화로 확장하여 나아간 것은 우연이었지만 사찰의 오솔길에서 사색하는 것이 취미인 필자에게 불교 영화에 대한 글은 해인사의 소리길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것만큼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불교 영화의 촬영 장소인 강원도의 낙산사와 안동의 봉정사, 경주의 불국사, 김해의 은하사 등을 탐방하는 일은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내려오는 선재길을 걷는 것처럼 즐거운 산책과 같았습니다. 하여 책의 이름에 숲을 넣었습니다. 영화라는 숲에 자라는 아름드리 나무 같은 불교 영화에 대한 졸고에서 월정사의 전나무 길을 걷는 마음의 평화와 통도사의 극락암 입구에 푸르게 도열해 있는 소나무 숲길에서 발현하는 청신함을 느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가을
금정산과 범어사를 멀리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