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고 자라 제주를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제주를 잘 알지도 못한다. 세상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또 표현해 보려 하지만, 모자란 글발과 선천성 게으름 때문에 매번 좌절하면서 살고 있다. 시집에 「바다 쪽으로 피는 꽃」, 「오래된 것들은 골목이 되어 갔다」, 산문집에 「비 오는 날의 오후」를 펴내느라 이 땅의 수많은 나무를 베어 냈다.
오래도록 그곳에 있었으니
더 맑아지리라.
흐르지 못한 시간을 애써 변명하며
내 안에 무언가 쌓이는 게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를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래도록 머물러있다는 것은
주변에
그만큼의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아야만 했다.
오래된 골목에도
꽃은 피고
소실점 속으로 사라진 것들의 행방을
마음에서 찾는다.
어느새
한 점 점이 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