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를 거친 유럽 여러 나라는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치달았으나 중국을 위시한 동양 여러 나라는 국력신장이 정체됐던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 이유는 유럽 각국이 과학기술진흥에 매진하는 동안 동양 여러 나라는 주자학이라는 우부(迂腐)의 학문에 치중하고 숭문천기(崇文賤技)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왕조 말기의 완유(頑儒) 이항로(李恒老)는 ‘기술’이란 기기음교(奇技淫巧:기묘한 재주한 요사한 재주)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인간의 사치와 욕망을 자극해 순풍양속(醇風良俗)을 해친다고 하면서 나라의 근간은 농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부국강병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자들의 넋두리였다. 더구나 호미 한번 손에 쥐어보지 못한 사람이 농본(農本)을 앞세우니 넉살 좋은 푸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