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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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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큰글자책] 왜냐하면 고양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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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평범한 일상을 채우고 싶은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큰 개와 세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서로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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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 2015년 2월  더보기

얼마 전 웬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페인트 가게 앞에 놓인 찌그러진 상자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걸 봤다. 못 보던 고양이라 가까이 다가갔더니 상자에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고양이를 가져가지 말라는 건가? 잠깐 헷갈렸지만 고양이가 없을 때 빈 상자를 치우지 말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과 익숙한 듯 멀뚱멀뚱 나를 마주보았다.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시기에 가게 고양이냐고 여쭤보니, “아니, 일주일 전에 지가 들어왔어.” 하시며 집고양이인 것 같은데 집을 나온 것 같다, 고양이가 아주 순하고 사람을 따른다,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오려고 해서 안쪽 테이블 위에도 상자를 놔줬다 등등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쏟아내셨다. 나도 낯을 꽤 가리는 편인데, 동물이 매개가 되면 누구나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건 신기하다. 낯선 사람인데도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친근감과 온기가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동물을 사이에 두고 다소 흐물흐물해진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평소에도 공평하게 나눠 사용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과 길고양이 사이에도 촘촘한 인연의 끈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길을 딛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건 좋으나 싫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행운이지만, 그렇지 못한 일이 아마도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느긋한 햇볕이나 부드러운 털실이 어울리는 고양이보다, 뒷걸음질 치거나 경계 가득한 눈길로 사람을 주시하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이 책에는 담고자 했다. 왜 숨고, 피하고, 도망쳐야만 할까. 사람을 경계하는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에게도, 그런 길고양이들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고양이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사람들에게도 애묘인으로서의 책임 비슷한 것을 느낀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사람과 길고양이가 서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홀로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는 때때로 외롭고,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 길고양이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는 비어 있어 채울 것이 많다.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지는 말되 무작정 시도하다가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그런 삶이 길 위에 있다.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좋지만 현실에서 도망치지는 말고, 현실의 평범한 굴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동화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또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이자 길고양이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그 평범한 순간들을 고정시켜 담아보고 싶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당신에게 닿았을 때 이왕이면 다정한 목소리로 들렸으면 좋겠다.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과, 자기네의 삶을 담고 그리도록 묵묵히 내버려둬 준 길고양이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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