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서 났다. 영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젊어서 내내 방황하다가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서 <카페 헤세이티>를 운영했다. 이 시집이 시업 35년 만의 첫 시집이다. 저서로는 <옥상의 정치> 공저, 입간판 모음집 <지금, 바로, 여기> 등이 있다.
낮술
어제는 친구들과 처음 본 모르는 친구의 언니와 친구도 모르는 처음 앉은 술집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러니까 낮술 같은 것
세상 따위 만만하게 마셔버리는 것
방심한 옆구리를 쿡, 지르는 것
질질질, 줄줄줄 흘려버리는 것
새는 것, 새버리는 것
집에 가는 길 따위 잃어버리는 것
익히 아는 안주 따위 토해버리는 것
낮술을 마시는데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낮술을 마시는데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중이었고
낮술을 마시는데 부고가 오고
부고는 언제나 낮술보다 늦는 법
그러니까 낮술 같은 것
슬픔의 겨를 따위 없애버리는 것
길을 잃고 길이 돼버리는 것
세상의 내장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
산에 오른 물고기 마냥 파닥거리는 것
기꺼이 기꺼이 먹혀버리는 것
너도 나도 다 잃어버리는 것
백지처럼, 백치처럼 지워져버리는 것
니가 물었지? 시가 뭐냐고,
나 지금 낮술 마시는 중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