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를 내가 읽으며 우네
수초같이 나부끼는 내 시 안에서
몸을 쉬는 어린 물고기처럼 안도하며
구절구절 애처로운 한때들이
물방울 받아들이는 스펀지, 내 심장에 젖어들어
내 시를 내가 읽으며 울고 있네
나를 위한 초라한 집을 지은 것이었구나
아스팔트 한 가운데 뿌리내린 들꽃으로 살아가는 삶
두려울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나뭇잎 말아 몸을 숨기는 거위벌레가 되어
나만의 은신처 홀로 짓고 있었구나
세상은 눈부시다. 그 밝음 속에서 나만이 자꾸 그늘 속으로 움츠러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는 그곳에서 날 잡아 준다. 시의 그늘 속에서 안도하며 가만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시를 가르쳐주신 박상천 교수님, 너무 밝아 버거운 세상에서 어머니의 손길로 지켜주신 안남연 교수님 그리고 명래씨, 제현, 정현, 윤미, 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