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몇 해 전 그는 뜻밖에 ‘새로운 창세기’를 내게 내밀었다. 그날 나는 그로부터 그 '새로운 창세기'를 쓰게 된 기구한 경위에 대해서 거의 밤을 밝히며 들었다. 그도 가까운 인척 노인에게서 전해 받았다는 '새로운 창세기'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절대불변의 경전으로 여기던 성경을 많은 부분 부정하는 혁명적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름대로 그 창세기에 애착을 가졌던 것은 성서를 신(神)의 관점에서 인간의 관점으로 서술했다는 것과 현대 과학과의 충돌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작품을 완성할 수가 없었고, 더구나 교계에 밥줄을 대고 있는 몸이라 완성한다 해도 발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