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은 관심과 사랑으로
이 책을 출간한다니까 주변에서 ‘중독자’라는 말이 어린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마디씩 합니다. 좀 더 순화된 말을 사용하라는 조언도 듣습니다.
게임 중독자, 이 말이 그리 불편한 단어인가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종종 특별한 것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비단 게임이 아니더라도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오랫동안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겨워서 관둬 버립니다. 관두는 그 순간까지는 대부분 중독 증세에 빠져 있습니다.
사실 ‘중독자’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에게 어울리는 말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특수한 경우에는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더 많이 중독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동화를 쓴 저 역시 게임에 푹 빠져서, 중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캄캄한 피시방에서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정말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게임 밖에 없었습니다. 잠을 자도 꿈에 게임이 나오고, 거리의 경찰은 나를 잡으러 오는 게임 속 괴물로 보였으니까요. 오죽했으면 게임거리의는 중간에 밥 먹기가 싫어서 모니터 앞에서 먹다가 키보드 위에 라면거리쏟았을까요. 명절에 친척 집에 가서도 가까운 피시방에 들러 내가 키우는 캐릭터가 잘 있는지 확인거리해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듣다가도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게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텅텅 빌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뿐이겠습니까? 남들보다 더 좋은 무기를 구하기 위해 밤을 새워 몹을 잡기도 하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도 게임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이틀이고 사흘이고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게임 중독자의 생활입니다.
어른이 이러할진대 게임에 한창 재미를 붙일 나이인 어린이들은 더 할 것입니다. 특히 부모님들이 일을 나가시거나 형제가 없으면 더 그러할 것이며, 학교생활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학생이라면 더욱 게임에 빠져들 것입니다.
게임 중독자는 누군가에게 내미는 손짓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표현 말입니다. 게임에 빠져 산다고 야단을 치면 야단친 만큼 아이들은 게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갑니다. 게임이 일종의 도피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심과 사랑을 주면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난 세상을 보게 되고, 그 세상을 조립하고 만들어 가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게임은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어찌 보면 애초에 게임을 만든 것은 어른이기에 여러분의 책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화면 속의 게임보다 더 멋진 게임이 지금 여러분들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키워야 하는 건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돌아보십시오. 우물쭈물하다가는 사회라는 엄청난 몹에게 당하고 말 것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생활이라면, 이제부터 즐기는 것과 생활을 분리해 보십시오. 좁쌀만 하고 지루하던 생활이 점점 게임처럼 재미있게 펼쳐질 것입니다.
지금도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는 어린이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