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생리를 하지 않았거나 첫 생리를 막 시작한 여자아이들에게
지난해 9월,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이책의 편집을 맡아주신 B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생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로 고생한 경험이 많으니까 생리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다 나에게 물어 봐!”하고 아주 잘난 척을 했더니, B씨가,
“그래요? 그렇다면 말예요, 첫생리를 하는 여자아이들을 위한 책을 써보지 않을래요?”
“……(으윽, 그러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기의 비밀을 다 공개해야 할 거 아냐? 에이, 그건 좀 그렇지……. 아니 그건 그렇지만, 옛날의 나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여자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닐까. 그렇다면 한 번 해 봐?) 음, 좋아요.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하여, 의사도 아니고 그 방면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단지 ‘경험자’라는 이유 하나로 이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1년 동안은 정말이지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생리 생각만 하면서, 여성의 몸과 생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날마다 생리를 하는 기분이었답니다. 때때론 내가 왜 이리 힘든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만약 생리 때문에 아무 문제도 겪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생기기 않았겠지 하는 생각에 그때까지 겪은 고통과 괴로움들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쓰는 동안 생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 작용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더욱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생리대가 출현한 것이 겨우 3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리용품은 빠르게 발전하여, 이제는 사용하기에도 아주 편리하고 크기도 정말 다양해졌어요. 특히 야간용 생리대라니, 그저 감동할 따름이죠.
하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여자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복잡미묘한데 스트레스가 더 많은 현대이니만큼 더 힘든 일이 많을는지 모릅니다. 주변의 이해도 별 차이가 없고, 지금도 여전히 여자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생리 때 남자아이들 모르게 생리대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른도 책을 펼쳤을 때 ‘생리’나 ‘월경’같은 말이 불쑥 튀어나오면 서둘러 책장을 넘기거나 책을 덮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요. 이젠 감추거나 창피해 하지 말고 남자아이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첫 생리를 하게 되면 여러 가지 걱정·근심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만 혼자서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고 가족이나 믿을 만한 사람, 또는 청소년 전화 상담소 같은 데에 상담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이 책이 여러분이 쾌적한 생리 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어머니들과 여자아이들의 의견을 모아주셨던 나의 오랜 친구들과 소아과 선생님 그리고 생리용품 회사 관계자 여러분과 그 외 좋은 의견과 체험담을 들려주셨던 여러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