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번역가.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사로 생활하다 교직을 접고 오랫동안 철학, 미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공부하며 관심 분야의 집필 및 번역 작업을 해 왔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사랑과 연합』 『일상적인 것들의 철학』 『철학하는 날들』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줄리엣 미첼 『동기간: 성과 폭력』, 일레인 스캐리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에 대하여』 등이 있다.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건 자본주의라고 부르건 근대의 개시와 더불어서 이 세상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가운데 역사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혁명들이다. 모더니스트들은 좀 다른 곳을 보았다. 물론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디자인 실천에는 세상의 각종 문제들이 어쩔 수 없이 얽혀들게 되어 있다. 모더니즘은 기능에 대한 강조를 통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파슨스가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능에 대한 강조의 궁극적 결과가 아니라 그것의 함축이다. 기능에 대한 강조는 디자인에 얽혀드는 세상의 다차원적 문제들에 대한 외면이 아니라 해결로서 제시된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문제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학의 이름으로든, 윤리나 도덕의 이름으로든, 환경의 이름으로든. 디자인 실천을 고립된 실천으로 바라보지 않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모더니즘 정신을 이어가면서, 파슨스는 이 문제들을 새로운 이론적 자원을 통해 다시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러고는, 문제의 복잡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현실적 판단들과 제안들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