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힘든 날이면 나는 작아져’
누구에게나 있는 보통의 힘든 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혼자 작업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었음에도 머릿속에는 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창문 밖 초록의 풀들을 바라보던 어느 날 도토리시간의 원고를 공책에 적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이 답답했던 날, 때로는 가만히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예전보다 깊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첫 그림책 『어느 날 아침』의 그림을 그리던 시절, 늦은 밤 산책 중 흐르는 물의 냄새를 맡고 마음을 치유 받았던 때를 기억합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동물들의 눈을 보며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한 곳에 서서 지나가는 노을의 색을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이처럼 모두에게 종종 찾아오는 ‘도토리시간’이 삶을 살아내는 동안 작은 선물처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