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얘기는 싫다고 생각했다. ‘진짜 세계’가 끔찍하다면 더더욱. 픽션 속 세계는 슬프더라도 끔찍하지 않고, 두려운 만큼 두근거리고, 뭔가를 잃더라도 소중한 것이 남는 곳이라면 좋겠다고. 그래서 장르 문학을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을 썼다.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은 무엇보다 사랑 얘기다. 날씨에 대한 사랑.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에 대한 사랑. 근거 없이 들뜨는 사랑. 날씨 앱을 스와이프하는 행위가 실존적 불안을 주고, 지난 가을과 같은 가을이 돌아올 거라는 간단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 마음이 조금은 밝아지는 얘기를 쓰고 싶었다. (성공했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