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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한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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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구미호뎐 1938 상·하 세트 - 전2권>

구미호뎐 1938 상·하 세트 - 전2권

나는 우리말이 좋다. 붕어빵이라는 단어는 이응이 3개나 들어가서, 소리 내 말할 때면 동글동글 입안을 다정하게 채운다. 꼭 그 글자를 닮은 단팥의 맛. 붕어빵을 타이야끼라고 발음하면, 도무지 그 맛이 안 산다. 모국어를 빼앗긴 시절. 이연은 과거의 문을 열고, 식민지 조선을 찾았다. ‘조선의 마지막 산신’으로서 이름 없는 숱한 죽음을 기억하고, 그 역사를 딛고 살아갈 이들을 위로하는 한 판 ‘지노귀굿’을 펼치기 위해. 누구보다 시즌2를 기다려 준 구미호 형제. 위험천만한 액션도, 힘든 수중 촬영도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들면서, 새로 합류한 배우들까지 오지랖 넓게 챙기던 두 사람. 지독한 폭염에도, 한파에도 현장에 끝까지 남아서 동료들을 지켜 주고는 했다던 다정한 ‘서쪽산신’ 그녀. 악당인데, 모두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무영. 애드립 연구를 불타게 해 오는 신주와 이번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준 은호까지. 그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리고 <구미호뎐>의 숨은 주인공인 강신효 감독님. 액션 판타지 더하기 시대극이라는 극악의 환경에서, 기필코 대본의 200%를 구현해 주신 감독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전한다. <구미호뎐>, <구미호뎐1938>을 쓰면서, 작업실 창밖으로 네 번의 봄이 지나갔다. 매년 열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썼다. 창밖으로는 오직 북창동 순두부와 초등학교가 내려다보였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는데. 북창동 순두부를 닮는 것은 사양하고 싶으니, 이왕이면 초등학교 정문에서 말간 얼굴로 아이를 기다리던 저 부모들의 기다림을 닮았음 싶다. 낯선 길을 떠나는 이연에게, 이랑이 무사히 길 찾아 돌아오라며 묶어 준 명주실의 한쪽처럼. 이 이야기의 실타래 끝이 당신들에게 닿길. 그것이 이 난폭한 세계에서 아주 잠시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

구미호뎐 상·하 세트 - 전2권

문득 궁금해졌더랬다. 그 많던 우리네 토착신과 토종 귀신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조리 바다 건너 ‘이민’을 갔을 리는 만무하고. ‘어쩌면 그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금 여기, 2020년 대한민국을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구미호뎐>은 거기서 시작됐다. 행방불명된 그들의 안부를 물으면서 숱한 ‘옛 이야기’를 만났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들로부터 구전돼 오다가 이젠 낡고, 늙어 버린 이야기. 그 속에는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여정이, 함께 울고 웃던 이웃이, 때론 한 마을이 살고 있었다. 죽은 자들을 위로하고, 산 자들을 다독이는 이야기. 그들을 ‘전승’하는 게 어쩐지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업실 앞 포장마차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난다. 싸움의 골자는 대체로 ‘돈 갚아. XX놈아.’ 같은 문장으로 요약된다. 간결하다. 복문이 아닌 단문이다. 문장 끝에는 종종 돈과 피가 묻는다. 정직하고 또 잔인하다. 그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내 말의 가난을 감추기 위해, 대사는 종종 풀 메이크업을 하곤 했다.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었다. 작가의 허물을 빛나는 연기로 채워 준 우리 배우들. 이름 없는 조연들까지 따뜻하게 먹이고, 챙기던 구미호 형제. ‘남지아 그 자체’였을 만큼 선량하고, 똑똑한 인간 여자. 저들은 <구미호뎐>을 촬영하는 동안, 러시아 여우, 수의사, 이무기 등과 함께 틈만 나면 모여서 어린아이들처럼 ‘몸으로 말해요’ 게임 등을 하고 놀았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정성껏 모니터를 해 주며. 이따금 편집본 너머로 뚝뚝 애정이 묻어났다. 그것이 드라마의 여백을 채웠으리라. 그리고 누구보다 존경하는 강신효 감독님. 드라마 현장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어진 성품에, 독한 완벽주의자이기도 한 그분이 없었다면 <구미호뎐>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감각적인 그림을 만들어 준 조남형 감독님. 개미처럼 성실하게 자료 조사를 해 준 차희윤 작가, 이하은 작가 및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가 쓴 모든 문장이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말과 그림, 정성스런 캘리그라피로 드라마를 응원해 준 시청자 분들. 덕분에 <구미호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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