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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구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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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여보, 아프지 말고 내 손 꼭 잡아>

농부의 연필

새벽이슬을 맞으며 밭이랑을 다듬는 마음으로 글을 다듬었다면 내 글은 윤기가 났을 텐데, 우리 노랑새 논배미를 쓰다듬는 마음으로 서투른 글을 다듬었다면 내 글은 도드라졌을 텐데 제 손등만큼이나 거친 글을 부끄럼없이 엮어내는 시골 농부는 오직 뿌듯한 마음뿐이다. 2022년 1월 마니산 기슭에서 구 자 권

손자와 첫날밤을

하늘하늘한 해당화가 매혹적인 향기를 뽐내는 계절이지만 사람들은 그 향기조차 무심이 스치고 지나갈 뿐입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수려하지도 못한 나무 탓에 가까이하려 하지 않아요. 저 같은 농부는 누구의 관심을 못 받아도 해당화처럼 있는 그대로에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욕심을 내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다듬지 못한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도 오직 감사한 마음뿐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농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021년 초여름 草率堂에서

여보, 아프지 말고 내 손 꼭 잡아

막바지 추위가 선뜻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세지만 길모퉁이에서 햇살에 고개를 드는 앙증맞은 풀꽃들은 이미 봄을 쬐고 있고 산모퉁이를 돌아 들이닥칠 마파람을 기다리던 매화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새봄을 맞으려 어수선해진 대자연은 곧 연둣빛 비단을 펼치고 그 신록의 바다 위로는 꽃물결이 춤을 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느라 분주한 틈에 대단할 것도 없는 투박한 농부의 소소한 독백을 슬쩍 디밀어본다. 2023년 초봄 문산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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