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슬을 맞으며
밭이랑을 다듬는 마음으로
글을 다듬었다면
내 글은 윤기가 났을 텐데,
우리 노랑새 논배미를
쓰다듬는 마음으로
서투른 글을 다듬었다면
내 글은 도드라졌을 텐데
제 손등만큼이나
거친 글을 부끄럼없이
엮어내는 시골 농부는
오직 뿌듯한 마음뿐이다.
2022년 1월
마니산 기슭에서
구 자 권
하늘하늘한 해당화가
매혹적인 향기를 뽐내는 계절이지만
사람들은 그 향기조차
무심이 스치고 지나갈 뿐입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수려하지도 못한 나무 탓에
가까이하려 하지 않아요.
저 같은 농부는
누구의 관심을 못 받아도
해당화처럼 있는 그대로에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욕심을 내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다듬지 못한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도
오직 감사한 마음뿐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농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021년 초여름
草率堂에서
막바지 추위가
선뜻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세지만
길모퉁이에서 햇살에 고개를 드는
앙증맞은 풀꽃들은 이미 봄을 쬐고 있고
산모퉁이를 돌아 들이닥칠
마파람을 기다리던 매화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새봄을 맞으려 어수선해진 대자연은
곧 연둣빛 비단을 펼치고
그 신록의 바다 위로는 꽃물결이 춤을 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느라 분주한 틈에
대단할 것도 없는 투박한 농부의
소소한 독백을 슬쩍 디밀어본다.
2023년 초봄
문산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