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독일어권에서 향후 500년간 100명 정도 읽을 전공서적의 내용도 일부 들어 있고, 내가 학술논문이나 강연에서 다룬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연애소설을 읽으며 훌쩍훌쩍 우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흥미로운 전문지식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우리라는 믿음에서 혼자 간직하기 아까운 배움의 경험을 골고루 정리해 담았다.
건조한 전공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썼다. 나는 건축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분야인지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건전한 상식 안에서 학문의 깊이를 더하고, 일반인이라면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
우리집 목욕탕에 관한 일이든, 나라의 물길에 관한 일이든 당당한 주인의식과 함께 무거운 책임의식을 가지라고 넌지시 일깨워드리고 싶었다. 건축은 인생과 마찬가지로 그저 위대하거나 추상적인 일이 아니라, 담담히 해답을 찾아가는 탐구과정이라는 걸 독자들과 함께 확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