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필로디자인(Philo Design)>은 21세기의 화두로 좀 낯설게 들리겠지만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이너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20세기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디자이너들의 삶과 철학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역사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의 기록이자, 그들의 삶과 철학이 밀어 낸 기록인 것이다. ... 만일 우리가 지난 세기 동안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문화를 풍성하게 해주었는지 그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다면, 망망대해처럼 느껴지는 미래를 어떻게 설멍해야 할지 비로소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방향타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역사와 철학 속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세기 디자인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 디자이너들의 삶과 철학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디자이너에 대한 독해가 필수인 만큼, 나는 이 책이 21세기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체적인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요긴하길 기대한다. 바로 이 점이 필자가 디자이너에 주목하는 두 번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