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이르기 위하여
너무 먼 길을 돌아서 왔다
詩가 아닌 것들로 인해
그동안 아파해야 했던 날들
그 시간들이 오늘의 자양분이 되었다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장명등을 켜놓은 노모의 마음처럼
세상 한 자락을 따스하게 비출 수 있는
시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아 있음이 곧 고통인 사람들에게
혁명을 대신하여 이 시집을 바친다
2017년 초여름
내 시는
고독한 식민지의 애국가
그대에게 바치는 이 세상의 마지막 헌사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백쯤 될까
내게 온 모든 것들은
이제 낡아 가고
조금씩 늙어 간다
내 시가
그대의 허물어진 뒷모습을 감쌀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그대에게
온기 가득한 손을 내밀 수만 있다면
이제 팔십의 고개를 넘어가고 계신
나의 영원한
늙어가는 옛 애인인
어머니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21년 봄에
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