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에서 빠지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설교, 찬송, 기도, 헌금, 그리고 사도신경 고백입니다. 주일만 아니죠. 각종 모임에서도 사도신경을 암송합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함으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그중에 하나가 사도신경 암송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교회학교에서 외우라고 했고, 자라면서는 예배 때마다 암송하니 잊으려 해도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일 오전과 오후(저녁)예배, 그 외에 1주일에 1회 정도 암송한다고 가정하면 10년만 교회를 다녀도 약 1,500회를 암송하게 됩니다.
그런데 교회를 수십 년 이상 다닌 분들과 대화하다가 놀랄 때가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외우지만 정작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중직을 맡은 분들 중에도 제법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당황합니다.
사도신경을 왜 외워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외우더라도 그 의미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각 문장과 단어는 알아도 단어와 단어의 관계, 문장과 문장과의 관계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가장 단순한 예로, ‘거룩한 공교회’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물으면 제대로 이해하고 답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혹 그 의미를 알아도 이 부분이 ‘성령을 믿으며’에 이어진다는 사실과 그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몸의 부활’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일은 언제 일어나는 일인지를 모르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간혹 안타깝고 참담하기까지도 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걸 모르면 어쩐다?’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현실이 그렇다 해도 비관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 배워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다 그리스도의 학생들입니다(벨기에 신앙고백서 제13조).
사도신경을 바르게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복음을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 아니라 복음을 모르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는 데 유용합니다. 모든 성도들이 함께 이해하고 고백할 때, 교회는 더욱 신앙고백 공동체로 든든히 서게 됩니다. 모든 교인들이 사도신경을 잘 이해하고 암송한다면, 이단에 빠질 수 없습니다. 이단이란 성경의 가르침에 벗어난 잘못된 가르침을 특징으로 하는데, 사도신경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러한 잘못된 가르침에 빠지기 어렵습니다. 간혹 신천지 같은 수준 낮은(?)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도신경만 잘 알아도 이단에는 안 빠질 텐데’ 하고 말입니다.
사도신경은 쉽습니다. 하지만 계속 배워야 합니다. 기독교 교육의 기초는 사도신경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치부에서부터 노년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은 사도신경을 토대로 합니다. 칼뱅의 유명한 책 『기독교 강요』도 사도신경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암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암송은 그 의미를 분명히 이해할 때 의의가 있습니다. 배움과 가르침 없이 암송만 계속하다 보면 결국 주문(呪文)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배우고 암송하고, 암송하고 배워야 합니다.
이 책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저의 책 『사도신경, 12문장에 담긴 기독교 신앙』(디다스코, 2017)을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더 깊은 공부를 원하시는 분은 위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