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마침내 달이 기울면서 자기 그림자를 거두어 가고 관음지에 흐릿한 안개비가 풀어져 내리자 사내는 늙은이처럼 시시부지 일어나며
‘그것참..... 물 속에 잠긴 달은 바라볼 수는 있어도 끝내 건져낼 수는 없는 노릇이구먼......’ 하고 수척한 얼굴을 문지르며 흐느적흐느적 산문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다음 날 새벽녘에 보았지요.
필자는 10여 년 전에 동국역경원에서 한글로 번역한 이 경을 읽고 참으로 많은 깨우침과 교훈을 얻었다. 그 감동을 언젠가는 이웃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발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인연이 닿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그러나 탈고를 하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너무 상식적인 '군말'만 늘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삶이 바로 그 상식을 외면한 채 '특별한 짓'들을 너무 많이 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이런 상식적인 군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감히 출판의 용기를 냈다. 독자들은 논리의 비약이 심한 필자의 '군말' 보다는 우화 속에 담긴 교훈의 참뜻을 놓치지 말고 읽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