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독재 패러다임이 대중의 동의 혹은 헤게모니적 효과를 강조한다고 해서, 폭력, 테러, 억압과 강제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중독재 패러다임은 오히려 왜 많은 대중들이 나치와 같은 억압적 정권이 행사한 극단적 강제와 테러를 묵인하거나 못 본 체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21세기 우리의 삶이 처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국경에 갇혀 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민족주의의 주술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합니다. 국사 패러다임을 문제 삼는 것은,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국가의 경계 속에 가두고 질식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단 상상력을 해방시켜봅시다. 그 다음에 이 고삐 풀린 상상력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는지 지켜봅시다. 실은 나도 궁금해 죽겠습니다.
권력이 강하는 것은 억압과 강제보다는 동의의 기제에 의존할 때라는 그람시의 테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일상적 파시즘론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다. 물론 현시점에서 일상적 파시즘론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시론적 차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있지만, 여러가지 픽션 장치들 밑에 은폐되어 있던 결을 드러내는 데 급급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된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 정답을 강변하려는 자세는 피했다. 낡은 평면도 밑에 은폐된 입체적 지형을 그려 냈다면 그나마 다앻이겠다.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풀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