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창상과 골절의 마디를
주무르고 있던 밤이었지요
부러진 나뭇가지 틈을 비집고
쪼개진 몇 개의 별이 빛났고요
이제, 어머니 최점순처럼
더듬더듬 세상을 읽는 동안
동지팥죽 끓이는 굴뚝 안으로
펑펑 첫눈 내리고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눈이 되어 내리는 줄
알았겠지요
- 2023. 10. 적상산 아래 포내리에서, 이봉명
이산 저산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이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녔다.
젖은 꽃잎처럼 종종종 반짝이는 별을
마을 입구 둥구나무 가지에 마냥 걸어두고 싶어서
좀이 쑤시고, 배곯던 고향에서 자꾸자꾸
까마귀 떼가 저녁나절 내내
늙은 밤나무 가지 타고 울었다.
여름밤이면 탱자나무 가시로
고동을 쏙쏙 빼
아이들 입 속에 넣어 주던 어머니와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분간 못 하는
개맹이 없는 마을에서 사는 게
나는 더 없이 좋았다.
2024. 10. 적상산 아래 포내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