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사람 그들 산문집에 깃든 감수성과 작가정신
기준은 언제나 옳고도 옳지 못하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각 작가의 산문읽기나 작품 해석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겠습니다. 각자 살아온 인생만 보아도 존경받아 마땅한 작가들이며 소중하면서 큰 가치의 공통점은 ‘문학소년 소녀들’이었고 살아오면서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김광숙. 박성숙 2회. 윤태근. 윤재송. 김은순. 김종란. 임금희. 조은해. 김영호. 정규석 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타인의 글에 대한 평가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특히 문학적 비평은, 심리학이나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비평은 지적이 아니고 비평도 창작이라 했습니다. 비평에 공식이 있다면 당연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평론의 틀에 맞추면 그 순간 이미 진부해지고 , 따뜻함을 잃어버린 채 형식논리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한 작가의 일생을 알지 못하면 작품 평은 하지 말라고 한 이유가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역사와 시대 ,문화적 배경까지 알아야 비로소 작가의 작품세계를 말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해설에 실린 작가들은 일제시대와 6.25를 겪고 새마을 운동을 했던 세대이거나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열정 넘치는 인생을 살아온 작가들입니다.
전쟁직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로 인생철학이 뚜렷하고 삶에 대한 자세가 미래 지향적이고 긍정적입니다.
각각의 작품을 대하면서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 작가들을 살게 한 가장 큰 이유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가식 없는 태도였습니다.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
평론을 불신하고 독설을 날렸던 독일의 철학자이며 작가인 쇼펜하우어는 19세기 당시의 평론들을 쓰레기라고 했습니다. 19세기에도 독자들을 기만하는 장삿속의 사탕발림 치하 글이 출판사의 요구에 의해 난립했었다고 봅니다. 개인적 친분이라든가, 돈에 의해 엉터리 평론을 쓰기도 했는데 이런 글들은 쇼펜하우어에게 걸리면 한 줄도 살아남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명예를 얻으려하거나 목적이나 의도성을 가지고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 국가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국가나 사회 자체가 국민의 희생어린 지지와 온갖 모순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어떤 시대나 당시의 잣대는 늘 옳고도 옳지 않은 ,비틀림 자체였습니다.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투철한 작가정신입니다. 동정심, 사랑, 타인에 대한 배려심. 선을 향한 의지, 이타적 삶~~~ 그리고 왜 글을 쓰려고 했을까를 분석하면 평론의 방향과 테마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가치관이 변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들은 그 바탕에 분명 어떤 무엇들이 깔려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평론에 대해 경고 했던 점도 진실을 외면한 채 돈과 명예를 따르는 양심없는 작가들의 글을 옹호하고 억울한 피해를 주는 경우였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에밀졸라의《 전진하는 진실》-은행나무 출판-에는 프랑스가 반유대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민간단체, 신문들, 의원들이 야합하여 집단적 광기를 보여준 사건을 비판하였습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드레퓌스에게 국가반역죄를 뒤집어씌우며 여론몰이를 했던 사실을 ‘나는 고발한다’ 로 밝힌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살해위협과 신체테러, 집 경매, 영국유배 등으로 보장받은 대작가의 미래를 버렸던 에밀졸라였습니다.
그리고 13년 후 프랑스에 돌아왔지만 에밀졸라는 의문사를 당합니다.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단체의 노력으로 프랑스는 100년 만에 이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하게 되지요.
이제 수 천 년, 수 백 년 누려왔던 세상의 권위들은 사라졌습니다, 50년 이상 유지되는 사업모델, 유행…이런 지속성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노래 한 곡이 5년 10년간 1위의 인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인기는 하루살이처럼 버티기를 하고 있습니다. 메멘토의 영화 주인공처럼 사라지는 기억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 날마다 써야 합니다. 진실을 기록하는 것만이,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미래를 예측 할 수 없는 시대의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계획이 없는 인생처럼 막살이를 할 수 없는 것 또한 인생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동안 흔들리지 않는 내면세계를 구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완성도를 높이는 자세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을 세우고 증명하는 그 이상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비평은 이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고 한편 한편에 깃든 삶의 내막과 진실을 밝히려는 자세를 봐야 합니다.
문화계의 모든 비평은 생명체의 정서와 문화적 체취를 껴안아야 하는 일입니다.
명작이라 불리며 영원성을 얻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휘둘리지 않는 정신력과 생명에 대한 평등성, 의롭지 않은 것에 당당하게 맞서고 폐단이 많은 관습에 보이는 융통성, 사랑 등이 아닐까요?
자기 뜻대로 완벽하게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서 필요한 작가정신은 에밀졸라처럼 진실을 향해 전진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전(진실을 향해 전진하는 )의 작가를 위하여!!!
2020. 6. 10.
노래는 한 인간의 인생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가수는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미국의 대중가수로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부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더 적극적으로 사랑하며 직접 가수의 꿈을 품기도 합니다. 우리 한국도 방탄소년들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며 힘을 주고 있습니다. 노래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 까 상상을 합니다. 88인의 노래이야기와 함께 인생을 사랑하기 바랍니다.
예술, 술과 겨루다
권남희수필가
《길 위에서》를 쓴 미국소설가 잭 케루악은 (즉흥연주의 재즈처럼 즉흥적 글쓰기를 실천한 작가) 글을 쓰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술에 취해 극도의 흥분상태로 책상에 앉을 것을 추천했다.술의 힘도 대단하지만 술은 장소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술집, 카페. 바, 주점, 룸살롱, 요정 등 공간을 통해 술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퍼지면서 새로운 문화들을 탄생시켰다.
특히 영국의 바 역사는 깊은데 정치인 예술인 지식인들이 교류하며 수준높은 문화를 창출했기에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기기도 했다. 와인바 ‘키트캡 클럽’은 로버트월폴을 시작으로 50년동안 영국의 총리를 배출해낸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2천년대까지는 사업이나 정치를 하려면 술자리를 빌어야하는 문화가 대세였다.
어떤 술회사는 제주에 술박물관도 세웠고 한국 곳곳에서 愛술인 축제를 벌인다. 우리 술 축제, 국제주류와 와인박람회 등이다.
축제는 원래 사회적 울기를 발산시켜주면서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게 목적인데 술축제는 카타르시스와 치유가 더 강화된 문화이지않을까.
술은 어쨌든 무기력해진 심신을 충전시켜주고 사람들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촉진제다.
게다가 술이 예술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중 하나는 창작활동을 할 때 예술인들의 세로토닌 신경전달 물질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술의 힘은 때로 환청, 환각 등을 일으켜 가라앉은 내면세계를 폭발시킨다. 그 에너지로 창작하는 psychedelic art는 심리적 황홀상태를 연출하는 것이라고 하니 어찌 술을 멀리 할 수 있을까.
술을 사랑하는 예술인들은 세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남긴다.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술은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 유명세를 얻고 가치가 올라간다.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의 차가운 칵테일 모히토(손가락이 잔에 달라붙을 정도로 차갑게해달라 주문)와 다이키리 칵테일도 유명하다.
베토벤은 호이리게 와인을 사랑했는데 죽어가는 시간에도 주문한 와인을 마시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프랑스 보르도지역 와인명가 샤토 무통 로실드가는 아티스트 레이블 마케팅으로 피카소, 앤디워홀 작품을 레이블로 사용했고 이우환 작품도 병에 새겼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도 세계적 화가의 작품을 보고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술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술이 있어야 그림을 그렸던 조선의 대표 화가로 장승업이 있고 풍속화가 김홍도의 별명은 輒醉翁(곧 취하는 늙은이)였다. 이우환 화가는 와인이 없으면 식사를 못할 만큼 와인 사랑이 뚜렷했다. 세익스피어는 ‘맥주 한 잔과 목숨의 보증만이라도 손에 놓을수 있다면 명예같은 건 버려도 괜찮다’고 했다.
고흐의 술로 알려진 압셍트는 19C 유럽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고 70%의 독주였다. 마네의 그림도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 있고 피카소도 압셍트 그림을 그렸고 좋아한 바스(영국 전설적인 맥주 ) 그림은 40종 이상을 남겼다. 바스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타이타닉 사고 때 1만병이 넘는 바스가 바닷 속으로 가라앉았음을 알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 장면에는 맥주마시는 장면이 50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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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마사키가 쓴 《처음읽는 술의 세계사》-정세환옮김-탐나는 책- 에는 갖가지 술자료가 나라별로(한국은 없음) 있다.
정확하지않지만 가장 오래된 원숭이 술이나 봉밀주부터 과실주의 챔피언이 된 와인,로맨틱한 이미지의 마르가리타(베이스는 데킬라),고급술의 대명사 코냑, 바다와 긴 항해가 낳은 포루투칼의 마데이라 와인과 스페인 세리주. 잉카제국의 옥수수 술 치차,벼농사 지역에서 생산된, 술 말젖으로 만든 마유주, 이슬람신앙과 음주문화를 양립시킨 터키인의 라키 등 40가지의 술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죽은 후 누군가의 술병으로 살아나기를 원했던 중국 정천은,내가 죽거든 부디 나를 /질그릇 만드는 굴 옆에 묻어두게 -생략- 그런 시로 술에 대한 애착을 시로 남겼다.
술마시는 일은 외줄타기와 같다.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끌다가도 때로 뒤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보들레르가 《인공낙원》을 출간하고 알코올중독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전에 실린 1858년을 기점으로 현대문학과 그 이전 세대의 문학을 가른다. 왜냐하면 고전자료에서는 취기가 쾌락과 관능으로 연결되지만 19세기부터는 심신을 위협하는 한계경험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지인을 만나면 ‘500원만’했던 시인 천상병은 늘 막걸리를 마시고 恒醉人을 자처했는데 깨어있는 정신으로는 세상을 마주하기가 두려웠으리라 짐작한다.
술과 관련된 예술인 스토리는 얼마나 많을까 뒤적이는데 지구를 몇바퀴 돌아야할 듯싶다.
술과 예술인 관련 책은 넘쳐나는데 몇 권을 추천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도 갖기를 권한다.
종이 책과 풍경의 상관지수
종이책을 주인공으로 만든 〈책이 있는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맞은편 방장산의 문필봉을 보았습니다. 온전히 나를 버리고 책으로 인생을 새롭게 가꾸는 박영진 촌장, 그를 보면서 작가의 길이 더 확실해졌습니다.
양피지 책이 종이에 밀리고 전자책이 종이책을 밀어내고 리더기 하나를 사면 수만권을 무료로 주는 세상에서 종이책의 영원한 안식처 영국 헤이온와이 책마을을 생각합니다 .
1961년 영국 중부헤이온 와이Hay-On-Wye에 26살 리처드부스가 나타나 헌책방 마을을 세우면서 폐탄광촌은 달라졌습니다. 해매다 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지요. 그는 낡은 성 헤이성과 주택, 창고등을 사들여 헌책방으로 개조했습니다. 숙박업소가 들어서고 전문 서점,갤러리, 식당 카페 등 현재 26곳이 남아있는 서점은 처음 40여개가 넘었습니다. 헤이온와이에 가면 어떤 책도 구할수 있다는 신뢰를 쌓아 전 세계 사람들이 찾게 되었습니다. 세계최대 고서점이 리처드부스의 서점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http://www.boothbooks.co.uk) -현재는 미국인 사업가가 맡아하고 있으며 5월말 시작하는 헤이축제는 국가사업이 되었습니다.
책이 있는 풍경도 이에 못지않은 저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모아 책풍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일을 벌여야갰습니다.
해마다 전국의 뜻있는 수필가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수필의 날을 개최하는 목적은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며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데 있습니다. 윤재천 한국수필학회 회장님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정목일 이사장으로 다시 지연희 (전.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이사장으로 전해내려왔습니다. 어찌보면 숭고하고 격조있는 내림이라 생각합니다.
세계문화유산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고창에서에서 만나 뵙기를 기다립니다.
아울러 2024년도 수필의 날 해외 교류는 영국 헤이온와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수필의 날 운영위원장
권남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