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그때 나는 무엇일까, 쓸 수 없게 된다면 살아 있는 걸까. 열심히 웃으며. 서로의 시를 읽고 이야기하며. 네 시는 항상 똑같구나. 항상 외롭고 아프구나.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지 않다. 그런 말을 들으며. 듣는 순간에도 나는 웃고 있었다. 나는 항상 웃었다.
무엇이 내 안에서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모르려고.
(……)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흐른 걸까. 얼마나 오래 갇혀 있던 걸까. 알 수 없고. 달의 가죽. 천천히 펼쳐지는 얼룩덜룩 나의 아름다운 책. 그건 나의 달. 어디에도 없는 달이었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였어.
―에세이 「月皮」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