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집 제목을 ‘리얼리티 재장전’으로 정한 것은 사실 또는 현실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진실로 나아가는 힘이 나오며 그런 힘에 대한 신뢰가 언제나 문학 특유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존재 이유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래된 문장들을 고치고 다듬으면서, 그리고 최근의 문학과 현실을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뚜렷해졌다. 낡은 세상의 막바지가 생각보다 길다. 그러나 눈을 제대로 뜨기만 한다면 다른 경개(景槪)는 마치 늘 그래오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미 가까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있을 나의 독자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