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도 없이, 특별한 주제도 없이, 기억나는 짧은 단상들을 흔적으로 남기고자 한다. 전문서적을 쓸 때같이 시간과 싸우지 않고 또 꼭 언제까지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쓰다가 미완성으로 남겨도 흠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감히 다시 타자기 앞에 앉았다.
한편으로는 성경의 ‘전도서’에 적힌 대로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나의 이 노력도 헛될 수도 있겠고, 독일의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Zeit zu leben und Zeit zu sterben)》의 제목같이 이제는 죽을 때인데 말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래도 아직도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서 이렇게 몇 자 남기려고 하니, 내가 가고 없어도 이 글을 통해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으리라.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