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렁, 감시렁’은 ‘오면서, 가면서’라는 사투리 고어(古語)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바람처럼 왔었고 비와 햇빛 등 모든 것을 잔뜩 뿌리고 또 그렇게 무심한 구름처럼 가버렸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세월은 제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달려왔는데 바람처럼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 저는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서 있는지요?
중2 때부터 시간의 틈새에서 그때그때의 감정을 시라는 형태로 떨어뜨려 놓았던 꽃들이 있었습니다. 그 꽃들을 펼쳐보며 중얼거렸지요. “남들은 안 알아줘도 이 많은 시들을 어떻게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 15년 이상을 만들어 온 격월지 <산돌>이라는 40쪽의 작은 책자가 저에게 대답을 해왔습니다. 크리스천들이 읽으면 좋을 글들을 모아 교회에서 만든 책자였는데 15년에 걸쳐 90회에 이르기까지 저의 시와 글이 실릴 수밖에 없었고 그 글들을 보고 이곳 교민신문에서 1년에 걸쳐 저의 시와 에세이를 연재해주고 그것이 2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이곳 교민방송국에서 저의 글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와 어울려 에세이를 곁들인 글들이 그렇게 써놓아지게 되었고 그것들을 버리기에는 왠지 더 아까운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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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의 시절을 거쳐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 낳은 20대 중반까지의 세월인 ‘봄’과 새로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세월에 몸이 다 까지며 아이들 셋을 길러 다 자라 떠나보냄까지의 세월을 ‘여름’에 묶어 보았고, 아이들이 다 떠나고 이제는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볼 나이도 되었을 때 쓴 시와 글을 묶어 ‘가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써왔던 ‘수필’을 마지막에 묶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