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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조성윤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19년 11월 <1964년, 어느 종교 이야기>

남양 섬에서 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제국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절에 지금은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고 부르는 태평양 섬 지역으로 이주했던 한국인들을 조사해 왔다. 그 시기 일본은 그 지역을 남양군도(南洋群島)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남양군도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노동자로, 병사로, 위안부로 끌려갔고,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죽어간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된 지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남양군도에서 죽어간 이들을 잊고 있었다. -티니언섬에서 나는 몇 명의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90년 이후 정착한 사람들이었다. 그 분들은 10년 이상 현지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밝았다. 일단 그분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다음 한 분씩 집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남양군도 시절에 이주해 와서 1945년 전쟁이 끝난 다음에 돌아가지 않고 남은 한국인 남성은 모두 원주민 여성과 결혼한 경우였다. 1세대로 남양군도 여러 섬에서 생활한 전경운(全慶運)의 회고록 필사본은 읽기 시작하자 손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인생이었구나, 감동과 연민과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마쓰모토라는 이름을 쓰는 조선인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어졌다. -그의 회고록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남양군도 시절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1945년 수용소 캠프 시절부터 1951년 티니언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었다. 마지막 세 번째가 티니언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이야기였다. 세 시기가 모두 특징이 있고, 각각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었던 이야기들이 넘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세 번째의 농업 이야기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전경운이 회고록을 적어가는 태도를 보면, 자신이 맡아서 했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자신이 한 일들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 일들에서 부딪친 문제, 또는 자신이 나서서 해결한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갔다. 특히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가 문제를 해결했던 일들은 마치 소설을 쓰듯이 실감나게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어떤 국면에 처하든지 부딪치는 일을 적극 해결해 나갔다. 매우 열정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때로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가족을 돌보는 일은 물론 자신의 건강마저 해치는 일도 자주 있었다. 특히 농업과 관련한 부분을 보면 그가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부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했는지를 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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