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작품은 이렇게 인간과 인간의 삶이 그 중심에 있다. 인간 내면에 깃든 비루함을, 혹은 삶의 비정함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시선은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열정으로 빛난다. 그의 문장에 냉소가 배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삶에 자신의 무엇인가를 매어 놓은 사람의 냉소다. 말하자면 이면에 뜨거움을 숨긴 냉소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글쓰기가 요구하는 이 상황, 언어의 불안과 결핍을 견디는 것으로 삶을 견디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삶을 견디듯이 언어를 견디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랬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나로서는 삶을 견디는, 삶에 자리 잡는, 존재하는 한 방식인 것이다.
... 이 글은 그렇게 견뎌온 흔적 중의 하나이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지금 숨쉬기가 어떤지, 견디기가 어떤지 소리쳐 물어보고 싶다, 골짜기에 부딪쳐 돌아오는 메아리가 듣고 싶다. 설렌다. 이 글을 밖으로 내놓는 마음이 꼭 이렇다.
《상속》에는 허공으로의 추락이 있지만 또한 펠로타 경기에서처럼 도약이 있다. 사실 추락은 도약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작가는 삶이 절망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자유를 향한 도약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불행을 이야기하면서 그 심층에서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 독자는 이 작품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삶을 읽으며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런 삶조차 긍정할 분명한 이유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느끼기만 해도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슬픔과 상실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한쪽에 이미 위로를 마련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