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바울의 서신 중 초기 서신에 속하는 데살로니가전후서 강해를 담고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갈라디아서가 바울의 첫 서신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데살로니가전서가 첫 서신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 서신의 순서가 어떠하든 간에 분명한 것은 이 서신이 바울의 초기 서신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의 2차 선교 여행을 통해 세워진 데살로니가(현재 테살로니키) 교회는 성령의 역사로 복음을 경험한 초기 공동체의 생생한 실재를 우리에게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신앙론적으로나 교회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교회입니다. 우리는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두 서신을 통해 초대 교회의 생동적인 신앙의 실체를 목도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회심의 역사를 경험했고, 믿음의 수고, 사랑의 역사, 그리고 소망에 근거한 인내를 드러내는 생명 공동체였습니다. 또한 데살로니가 교회 안에는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고 있었고, 도시 내에서뿐만 아니라 아가야 지역에까지 믿음으로 소문난 교회였습니다.
데살로니가전후서는 종말론적인 내용이 강조되고 있는 서신입니다. 복음을 처음 받은 공동체 가운데서 소천하는 이들이 생겨났을 때, 지식이 부족한 성도들은 앞서간 신자들이 장래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가지고 슬퍼하기조차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울은 재림과 부활 신앙에 대한 답을 데살로니가전서 4장에서 주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본 서신을 읽고 공부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종말론적 신앙과 삶의 자세(혹은 자태)가 어떠해야 하는가일 것입니다. 본서의 제목 “오직 깨어 정신을 차릴지라”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6절 하반절의 말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바울은 눈에 보이는 세상에 함몰되어 영적 감각 없이 살아가는 육신적 삶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으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주의 날이 언제 임할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자세라고 강조합니다. 바울은 주의 날이 임박함을 의식하고 깨어 있을 것을 강조하면서도, 종말론 신드롬이나 강박증에 빠져 게으른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오히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자기의 수고로 먹고살 것을 강조했고, 나아가서는 자신의 수고로 맺은 열매로 선한 일을 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데살로니가전후서를 통해 성령의 역사와 말씀의 권세를 경험하고 있는 공동체를 보게 됩니다. 오늘날 지성주의, 감정 체험주의, 실천주의 등의 환원주의에 빠져 있는 교회들은 다시 한번 데살로니가 교회를 주목하여 배우고 이러한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부르짖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종말론의 줄거리와 종말론적인 신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경을 만화와 소설로 만드는 극단적인 종말론의 위험을 피하고, 올바른 마라나타 신앙을 정립하는 데 있어서 이 데살로니가전후서는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마르틴 루터는 1513-1515년 어간에 강의한 시편 강의에서 “은혜 시대 전체는 미래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위한 준비”라고 적시한 후에,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깨어 대비하고 자기를 기다리라고 명령”하신다고 일갈해 주었습니다. 필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 바른 종말론의 정립과 종말론적인 신앙의 자태를 가지는 것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후략…) - 서문
2022년 1학기를 마침으로 총신에서 교수생활 10년을 채우게 됩니다. 요약하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내용상 구절양장 같은 시간들을 보내어 왔습니다. 처음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학내사태와 그 이후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서 때로는 힘겹고 험악한 세월을 보내온 느낌입니다. 하지만 선하신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것을 기억하며, 에벤에셀(Ebenezer)의 심비를 세워봅니다.
본서는 한국 장로교회 최초의 조직신학 전임 교수였던 윌리엄 레이놀즈(李訥瑞, William Davis Reynolds, 1867-1951)의 생애와 조직신학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쓴 연구서이다. 1901년 5월 15일 평양의 마포삼열 선교사의 집에서 시작된 평양장로회신학교(평신은 애칭임)가 4개 장로교 선교부 연합 사업으로 결의되고 각 선교부로부터 교수 요원이 파송될 때, 전라도 개척 선교와 성경 번역 사역에 주력하고 있던 레이놀즈는 1906년부터 조직신학 교수로 출강하기 시작해서 1937년 정년 퇴임하기까지 31년간 한국인 목회자들을 가르쳤던 한국 장로교회 역사상 최초의 조직신학 전임 교수였다. 따라서 기존의 여러 연구 문헌들에서도 그의 이름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장로교 신학의 기초를 놓은 주요 선교사로 늘 평가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에 나온 연구 문헌들을 살펴보면 레이놀즈의 신학 사상을 포괄적으로 논구한 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했고, 다만 그의 생애에 대한 각주 없는 소개서나 선교 사역, 구약 해석, 성령론 등에 집중해서 학위 논문으로 공표된 것들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관심 있는 신학도들과 목회자들로서는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레이놀즈의 조직신학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었다. 본서는 바로 이러한 현황을 직시하면서 원자료들에 근거하여 레이놀즈의 생애와 선교 사역을 재구성하고, 그의 조직신학 사상을 21세기의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금 소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쓰인 것이다.
본서를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본서를 통해 완성되는 연구의 단초는 2020년 학교로부터 받은 연구년에 진행된 “평양장로회신학교의 조직신학 전통 탐구”라는 필자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계획은 거창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과 한계로 인해 종말론 전통 규명으로 일단락되고만 연구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레이놀즈의 신학 사상도 어느 정도 접하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시금 연구를 재개하여 수행한 결과 이러한 단행본(monograhp)으로 출간하게 된다. 본서에 담긴 연구와 집필은 주로 2023년 초부터 시작되어 10월 초까지 9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회고해 보면 이 여정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이르는 800킬로미터의 순례 여정에 비유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 먼 여정을 육로로 걸어가면서 많은 풍광들을 보고, 사람들을 사귀고, 또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레이놀즈의 생애와 조직신학을 논구하는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한말 한국 땅에 온 벽안의 젊은 선교사들의 무수한 이야기, 평양장로회신학교의 신학 교육과 교재들, 심지어 레이놀즈가 번역 감수하여 활용한 중국인 신학자 가옥명까지 제대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이 여정은 견인 불굴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홀로 걸어가야 한다는 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리게 했다. 때때로 사점(dead point)이 느껴져서 한동안 언문 글씨나 국한문 혼용으로 된 일제 강점기 시기에 나온 신학 책들을 구석에 미루어 놓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해야 했다. (중략)
본서를 펼쳐서 읽을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유의 사항을 적고자 한다. 레이놀즈의 세 공과는 1910년대 서북 지방 방언으로 되어 있고,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언문으로 되어 있으며, 1931년에 출간되어 평양장로회신학교 조직신학 여섯 과목 교재로 다년간 사용되는 가옥명의 조직신학 여섯 책은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형태 때문에 현세대가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서의 연구 과정에서 필자 역시도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낄 만큼 때때로 읽어 내려 가기가 힘들 때가 있었고, 가옥명의 역본들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중국 한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한문을 오랫동안 배운 필자로서도 해독이 어려워 중국에서 온 유학생 제자들이나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한 형편을 고려하여 본서에서 레이놀즈와 가옥명의 글들을 인용할 시에는 최대한 현대 한국어로 옮겨 적었다는 점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원래의 언어 형태가 어떠한지가 중요하거나 궁금한 독자들은 해당되는 원서들을 열람해 보기 바란다. (후략)
2023년 10월 2일
6일에 걸친 긴 연휴를 마치는 날에
저자 이상웅 자서(自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