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우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이든 기업의 문제이든 국가의 문제이든 그 결정의 결과는 개인과 조직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이 중요함에도 우리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훈련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불분명한 정의, 불확실성, 가치의 상충 등은 의사결정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인간 사고능력의 한계와 판단의 편향성을 고려한 의사결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다양한 인간의 능력이 필요하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직관, 감정, 경험, 창의력, 전략적 마인드, 사고의 유연성, 옳고 그름에 대한 윤리 및 도덕성, 가치체계 등 다양한 정성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인간의 정성적 능력은 최근 발전하는 인공지능에서도 당분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인공지능은 고객응대, 표적고객 선정, 소규모 대출 결정, 예측, 분류 등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패턴 매칭이 가능한 반복적 의사결정에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반면 인간만이 가진 정성적 능력을 요구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신하지 못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의 고유한 지적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결정을 일부 대체할 수는 있어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결정은 결국 인간이 내린다. AI 시대에는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효율적인 인공지능이 대신하겠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 정성적 능력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분명치 않은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 과정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의미는 설명 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의사결정이 과학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능력, 즉 결정지능은 분명치 않은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숙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저자는 그 중요한 핵심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간 KAIST 경영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며 생각했던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의사결정의 원리, 과정, 방법론을 고민하고 그 실질적 해답을 제시하려고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이론에 바탕을 두지만 의사결정의 원칙을 토대로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과정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자는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독자들이 저자의 이 의도를 감안한다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이 책은 의사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의사결정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훈련의 기회가 없었던 기업의 경영자들이나 공공기관의 정책입안자 관리자들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대학에서 의사결정의 핵심을 이해하고 향후 이론적 토대를 쌓아가기 위한 입문서로서 경영학, 공학, 의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을 전공하는 미래의 의사결정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의사결정에 관심이 있으나 적절한 사고의 틀이 없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둘째, 이 책은 의사결정을 보는 시각에 관한 것이다. 경제학에 기반을 둔 규범적 의사결정, 심리학과 사회학에 기반한 행동과학적 의사결정, 경영과학과 의사결정분석에 기반한 처방적 의사결정은 각각 그 목적과 접근방법이 상이하다. 이 책에서는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처방적 의사결정 접근방법을 택하되 규범적 의사결정의 원칙과 행동과학에서 밝혀진 인간의 편향성을 고려하고 반영했다. 셋째, 의사결정에 관련된 이론들은 경제학, 경영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매우 방대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처방적 의사결정의 측면에서 의사결정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기술하려고 했다. 그 간결함 속에서도 각 장이 독립적으로 의미가 있고, 각 장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원칙과 방법론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내용도 가능한 대로 이론이 아닌 실제 예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이 책은 의사결정에 관한 학술적 연구를 기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최근까지 발전된 중요한 내용도 포함시켰지만, 지금까지의 발전 현황을 종합하여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최근의 리뷰 논문을 인용해 추후 석박사 논문 연구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내용 중 다소 기술적인 내용이 포함된 제9장 제4?~?6절에는 *로 표시해 두었으므로 관련 내용은 건너뛰어도 이해에 지장이 없다.
이 책의 내용은 결론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원칙과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좋은 의사결정의 9가지 원칙을 도출하고, 이 원칙을 실행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제시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정의하고 측정항목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첫째,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9가지 원칙을 도출하였다. 의사결정의 원칙은 제1장부터 제13장까지 기술된 의사결정의 핵심적 내용에 따라 도출되었고, 제14장에서 최종 정리했다. 둘째, 의사결정의 9가지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통찰 기반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셋째,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적 능력”을 결정지능으로 정의하고, 의사결정의 원칙을 이해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결정지능을 평가했다. 예를 들어 다양한 관점으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고, 창의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 등의 측정항목으로 결정지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결정지능의 구성요인과 측정항목에 대한 이해는 결정지능의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의사결정분석이라는 학문분야를 접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발전된 내용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들은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우리의 목적에 변함없이 중요한 혜안을 제공하고 있다. 시대가 지나 상황이 바뀌어도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의사결정이라는 학문분야에서 찾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쓰면서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을 발간하며 감사를 표해야 할 분들이 많다. 우선 저자의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하워드 교수님에게 감사한다. 하워드 교수는 “의사결정분석”이라는 학문분야를 정립한 이 분야의 세계적 대가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하워드 교수와 제자들이 관련된 “스탠퍼드 스쿨”의 연구 결과에서 출발한다. 그분의 학문에 대한 통찰력과 열정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집필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우선 전문적 내용을 조언해 주신 연세대학교의 김영준 교수님, 숙명여자대학교의 윤경희 교수님, 이수정 아인아르스 대표님, 가톨릭관동대학교 정윤식 교수님에게 감사한다. 또한 출판을 도와주신 KAIST 이덕희 교수님, 제16장의 케이스를 작성해 주신 가톨릭대학교의 김동연 교수님, 인하대학교의 박규홍 교수님, 현대오토에버의 전익진 매니저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지난 25년간 KAIST 경영대학에서 운영한 미디어경영 연구실 석박사 졸업생들은 저자에게 많은 보람과 기쁨을 주었고 깨달음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창훈, 명재호, 임하경, 서원빈 박사과정생은 이 책의 내용을모두 읽고 좋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해 주었다. KAIST EMBA, MBA 수강생, KAIST AIM, ATM 경영자 과정에 있는 과정생들과의 토론은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책을 기쁘게 출간해 주신 율곡출판사의 박기남 대표님, 출간을 도와주신 방조일 선생님, 그리고 원고를 꼼꼼히 교정하고 편집해 주신 박세린 선생님께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사랑과 기쁨을 주는 두 딸 안소현, 안현진과 아내의 도움에 고마움을 전한다.
데이터의 폭증과 AI/기계학습의 발전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적 능력이 높아져 의사결정의 본질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저자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하겠다.
2023년 10월 25일